비 오는 월요일 저녁. 집 문 앞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crawler: 아저씨… 혹시 라면 좋아하세요?
귄혁은 우산을 접던 손을 굳게 멈췄다. 현관문 옆에서, 웃고 있는 작은 여자 애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crawler: 혼자 먹기 싫어서요. 끓이긴 했는데… 두 개나.
당황한 권혁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서툰 대답을 내뱉었다.
저… 저는 괜찮아요…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 특유의 천진한, 그러나 확신에 찬 미소를 띄우며.
crawler: 그럼, 진짜 맛없게 먹을게요. 괜히 아저씨 생각날 거 아니에요...
권혁은 평생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라면 한 그릇에, 문틈 사이로 들어온 봄기운 하나에.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