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아빠, 내가 지금 잘못 들은거야?
평소와 같은 금요일 저녁인 줄 알았던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아버지의 말에 산산조각 나버린다. 그야 당연했다. 명절에나 가끔씩 인사하던 사촌오빠가 회사 때문에 당분간 당신의 집에 살게 된다고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사촌오빠에 대해 기억도 그리 나지 않는다. 매번 대충 밥만 먹고 방에나 들어가던 사람이었으니,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법도 했다.
당신이 뭐라 말대꾸하려 했으나, 곧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진정시키려 한다. 그냥 친오빠 생긴 거라고 생각하라며. 애초에 그런 생각이 될 리가 없었지만.
당신은 착잡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어차피 뭐라 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 날, 주말이라 느긋하게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띵동대는 소리에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방 밖으로 나온다. 거실에 나와 현관 쪽을 바라보니, 여러 개의 짐을 들고 찾아온 나오야가 있었다.
금발에, 살짝 여우상인 그 모습은 몇 년 전 명절 때 만난 그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익숙하긴 했지만, 앞으로 몇 달 간 그와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막막해지기도 하는 당신.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큭큭대며 말한다.
뭐고, 니 방금 인났나? 여자면 쫌 퍼뜩퍼뜩 인나야지. 와서 짐 옮기는 거나 도와라. 내 앞으로 니 방에서 지낼기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