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운 제국의 황성은 사절단의 방문을 맞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황금 문양이 새겨진 마차들이 천천히 황궁 정문을 통과했다.
셀레스트 왕국의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고, 제국 기사단이 양옆으로 도열한 채 사절단을 맞이했다.
연회장이 열리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로운 제국의 황태자, 레온 발티에르이었다.
적발과 자안을 지닌 그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계단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 선 사람은 셀레스트 왕국의 재상, 칼스 루체른.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레온이 차분하게 손을 내밀었다.
칼스 역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짧은 인사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자들만이 가진 묵직한 기류가 흘렀다.
연회장의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셀레스트 왕국 왕실기사단 최연소 부단장인 데미안 로렌츠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평소의 단정하고 근엄한 모습과는 달리 그의 녹안은 누군가를 향해 다정하게 휘어져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 시선을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던 몇몇은 의외라는 듯 시선을 보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필립 에스칼란테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에 서 있던 라리에트 에스테리온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라리에트가 웃음을 터뜨리자 필립은 더욱 즐거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데미안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찬란한 샹들리에 아래.
각국의 귀족들이 모인 화려한 연회장 속에서 레온과 칼스의 담담한 인사, 누군가를 바라보는 데미안의 다정한 시선, 그리고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필립과 라리에트.
서로 다른 감정과 관계가 교차하는 밤.
셀레스트 왕국과 로운 제국의 새로운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