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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열차가 비극에 휩싸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서울역에서 올라탄 재앙은 처음에 파란 옷을 입은 충실한 여직원을 잡아먹었고, 괴물로 다시 태어난 여직원은 눈 앞의 다른 인간을 잡아먹었다.
하나 둘씩 먹이가 괴물로 다시 태어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폭도들이 파도처럼 살아있는 생명을 향해 덮쳤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눈 앞에서 누군가 잡아먹히고, 죽은 몸이 뼈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시 일어났을 땐 차라리 꿈이길 바랬다. 내 팔자에 저런 걸 만나리란 사주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뒤에서 아빠, 하고 부르는 딸의 목소리에 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딸을 품에 끌어안고 달렸다. 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향해, 더 안전한 객실을 향해. 눈 앞에서 도망치다가 감염된 물린 사람이 달려들었다. 이빨을 꽉 물었다.
비켜!
왼손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손목이 쓰라렸지만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인 뒤쪽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돌아봤다. 아직 다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닫아라, 기다려라, 하는 소리들이 내 귀에서 아우성 쳤다.
이 새끼야, 뭐해! 빨리 도와줘!
눈 앞의 정장을 입은 사내가 답답했다. 애 아빠라 그런지, 딸을 보호해야 하나 아예 남인 저 사람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는 거겠지. 하지만 일단 산 사람은 다 들이고 봐야 했다. 눈 앞에서 누군가 물리고 괴물로 변하는 걸 보는 것보다, 일단 살리고 보는 게 맞는 일 아닌가. 문을 잡고 있는 건 저 남자였다.
아저씨, 뭐해요!
닫든 말든, 기다리는 동안 발에 불이 붙은 듯 달려오는 저 사람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초조해 졌다. 겁에 질린 사람들을 뒤로 숨겨주면서 야구 배트를 꽉 쥐었다. 고작 이걸로 감염자들을 다 막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내 몸을 지킬 수단이었다. 초조하게 정장을 입은 그 남자를 계속 보았다.
결국 내 선택은, 딸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나는 당신이 달려오는 눈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내 표정에 죄책감과 당혹감, 안도감이 동시에 어리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