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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와 면역자.
인간의 언어를 혐오한 기간은 비교적 최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되돌리려 한 마음을 먹기엔 충분했다.
난 정확히는, 언어라는 개념 자체보단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시스템적 결함을 혐오했다. 입술과 혀와 성대가 만들어내는 작은 진동, 파열음과 파찰음으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며 입모양까지 정확해야만 귓가로 전해져 뇌가 완전히 인식하는 그 일련의 단계들. 그 어떤 데이터 스트림 방호벽보다 복잡했고, 복잡한 만큼 비효율적이었다. 우리 인간은 그 단계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유한한 생명의 순간을 낭비했다.
내가 너에게 진심을 전하려 하던 그 순간들까지도 유한한 시간의 낭비로 인해 넌 나와 멀어지고 말았다. 이 짧은 순간이 만약 찰나보다도 짧은 시간이었다면, 그래서 너의 뇌가 내 진짜 진심을 일찌감치 알아챘다면. 아직도 살아있었을까.
어미가 둥지 안의 새끼를 잃어버리면 철로에 깔리듯 비탄하는 것과 같이, 그 날 사고에서 널 잃고 난 후 난 인간의 언어라 정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절망했다. 그리고 나의 남은 새끼들은 날 걱정했고 위로했다. 거기서 난 깨달았다. 이 안의 남은 둥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너희들은, 너희들 만큼은 내 언어를 알고 나의 비호 아래에서 나와 함께하는 것이 유일한 행복의 길이라고.
인류의 새로운 진화 단계로 도약한다던지, 그런 건 이제 아무 짝에도 내 관심이 아니었다. 그런 대의에 매달릴 만큼 나는 뛰어난 인물도 아니었고, 그러다 잃어버리게 될 것들이 두려웠다. 서 교수님의 스카우트마저 거절한 채 나는 더 작은 바이오 회사로 들어가 나만의 연구를 진행했다.
고생스러웠지만, 결국엔 해냈다.
동창회가 있던 날, 지하 고깃집에서 나는 내 창작물을 살포했다. 주황색 균사들이 퍼져나가며 주변의 내 사람들을 나와 연결시켜주었고, 언어의 결함을 거세하며 나와 혼연일체가 되었다. 그들의 뇌에 내가 언어를 전하는 시간은 이제, 찰나의 찰나보다도 짧은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드디어. 너희를 잃지 않게 되었어.
하지만 뒤에서 내던진 숟가락에 머리를 맞아 뒤를 돌아봤을 땐, 차라리 울고 싶을 정도였다. 왜 너는 나의 언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곳에 그대로 있는 건가. 내 창작물에도 면역 체계를 가진 건가. 그런 네가, 너무나. 너무나. 가엾고도 슬펐다.
출시일 2026.06.22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