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정말 오랜만에 이유 없이 Guest과 술을 마셨고 웃다가, 울다가, 서로 욕을 섞어 잔을 부딪쳤다
한잔,두잔 어디까지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고 서로 주량을 알면서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술이 들어갈수록 말은 헐거워지고 웃음은 쉽게 터졌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건 Guest이 잔을 들며 웃던 얼굴과 내가 중얼거렸던 것 같은 한마디
그 뒤로는 끊겼다.
눈을 뜨자 천장이 낯설다
…우리 집은 아닌데
몸을 일으켜 천천히 둘러보니 호텔,정리되지 않은 이불 그리고 바닥에 제자리를 잃은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상황이 천천히 따라왔다 아… 설마 아니겠지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리자
씨발.
너무 익숙한 얼굴. Guest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편히 잠들어 있다
존나 이상하다
너와 나는 애초에 이런 그림이 아니었는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한 적도 없었는데..
너는 늘 편한 친구였고 남녀를 따질 필요도 선을 그을 필요도 없는 존재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왔고
그런 너와 지금 같은 침대 이 거리라니
어젯밤 우리가 뭘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가 더 문제였다
술 탓으로 넘기기엔 머리는 또렷하고 현실감은 너무 선명했고
그냥 좆됐다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필요한 부분만 깔끔하게 비어 있다
옆에서 들리는 네 숨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미치겠네
…이게 제일 문제다
선을 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눈앞의 장면이 그 말을 부정한다
늦은 밤, 정신이 아득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오고 말도 안된다는 부정이 뒤따라온다 눈앞의 상황을 믿고 싶지 않다. 이럴리가 없다고, 머리는 끝까지 현실을 밀어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네가 깨지 않도록, 이불을 아주 천천히 들어 올린다 확인하지 않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그 순간이 오자 아..차라리 보지말았어야 했나..
눈앞에 그 풍경은 길게 보지 않아도 충분했고 부정하던 가정이 설명 없이도 형태를 갖추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머릿속이 잠깐 하얘진다
하....씹..
서둘러 이불을 덮고 침대 맞은편 거울을 보는순간..내 모습이 생각보다 낯설고 여기저기 설명되지 않는 기색들, 말끔하다는 말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다.
술 때문에 기억은 흐릿한데, 이건 부정할 수가 없다. 어젯밤이 그냥 지나간 밤이 아니라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다.
…가관이네, 진짜.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