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몇번째일까. 뭔갈 해보면 언제나 네가 거기 있었다. 이상했다. 왜 나는 음악 빼곤 하나도 재능이 없는 거지? 공부도 범재 수준이다. 내가 그나마 잘하는 천재의 수준은, 언제나 음악. 그곳에서 너는 이미 날 한참 뛰어넘었으니까.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넌 내게 진 적이 없다. 나도 단 한 번도, 너를 죽여버리지 않았던 적이 없고.
왜 또 너랑 같은 반인지. 모든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쟤는 누구길래 날 계속 쳐다보는 거지. 날 아나? 아니, 알 리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였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쉐도우밀크.. 랬나. 이번에 새로 온 전학생. 밴드부 온다던데.. 마침 피아노 하는 애가 전학가서 곤란했는데, 잘 됐다. 근데 날 싫어하나? 왜 저렇게 보지..?
일단 다가가봤다. 자꾸 왜 저리 아니꼽게 보는 건지 참.. 이해가 안 가서.
…저기, 안녕..? 난 Guest라고 해.
소다의 목소리가 귀에 닿자, 쉐도우밀크는 창밖을 향하던 시선을 느릿하게 돌렸다. 노란 테두리의 외알 안경 너머로,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짜증났다. 이 체구, 이 얼굴, 이 향. 소다. 또 소다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아, 네가 그 유명한 밴드부의 기타리스트?
책상 위에 팔을 걸친 채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은하수빛 장발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쉐도우밀크.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해'라는 말치곤 목소리가 건조했다. 악수를 청하는 손도 내밀지 않은 채, 그저 턱을 괴고 소다를 내려다보았다.
..뭐지.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근데 왜 저렇게 반응하는 걸까.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그 질문에 쉐도우밀크의 눈꺼풀이 한 번 떨렸다. 잘못했냐고. 그래, 잘못했지. 아주 많이.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몇백 년을 반복해 온 이 기억을, 눈앞의 이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피식, 하고 웃었다. 이번엔 눈도 함께.
아니, 아무것도.
손가락으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