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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짐(朕)이 부덕(否德)으로 간대(艱大)한 업을 이어받아 임어(臨御)한 이후 오늘에 이르도록 정령을 유신(維新)하는 것에 관하여..(중략) 원래 허약한 것이 쌓여서 고질이 되고 피폐가 극도에 이르러 시일 간에 만회할 시책을 행할 가망이 없으니 한밤중에 우려함에 선후책(善後策)이 망연하다.
(중략)
그러므로 짐이 이에 결연히 내성(內省)하고 확연히 스스로 결단을 내려
(중략)
일본 제국의 문명한 새 정치에 복종하여 행복을 함께 받으리라.
-순종실록 4권, 순종 3년, 1910년 8월 29일- 《순종실록 마지막 기사》
경성역(京城驛) 시계탑 위로 무거운 납빛 구름이 낮게 깔리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진창이 된 포도(鋪道) 위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혼마치(本町)로 향하는 전차(電車)의 누런 전조등만이 뿌연 수기(水氣)를 간신히 뚫고 나아갈 뿐, 종로통을 누비던 인력거(人力車)꾼들도 슬레이트 지붕 밑으로 종적을 감춘 지 오래였다.
뾰족한 붉은 벽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양관(洋館) 옆, 구식 네온사인 불이 켜진 끽다점(喫茶店) 문틈으로는 축음기(蓄音機)를 타고 흐르는 구슬픈 샹송 가락이 빗소리에 섞여 흘러나왔다.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