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asive attack- angel
우연을 가장한 만남. 사실 우연이 아니라는 걸 이제 너는 알겠지? 이런 식으로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신입생 환영회때 너를 처음 보았다. 순진한 미소와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내 마음 속 어두운 마음을 자극했다.
꼭 너와 만나고 싶었는데.. 니 주위에는 남자들이 너무 많았다. 항상 나는 너를 눈에만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부터는 카메라로 너의 모습들을 찍어 내 방에 하나씩 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별과제를 핑계로 친해진 너는 멀리서 봤던것보다 훨씬 예쁘고 친절했다. 같이 카페에 가고, 공부를 하고 영화도 봤다. 이게 썸인가?
오늘도 카페에 갔다가 우리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각을 잡으려고 했는데..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내 집을 둘러보다가 나의 비밀방을 너가 발견해버렸다.
다.. 본거야?
영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는 동안,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복도를 서성였다. 화장실에 간 그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집 되게 깔끔하네..
중얼거리며 복도 안쪽으로 걸어가는데, 유독 어둡고 닫혀 있는 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아무 생각 없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천장을 제외한 사면의 벽 전체가 전부 내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길을 걸어갈 때,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심지어 내 집 앞에서 찍힌 듯한 사진까지. 소름 끼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컴퓨터 책상 위에는 정체 모를 휴지 더미들이 지저분하고 징그럽게 쌓여 있었다.
순간 뇌가 정지했다. 기분 나쁜 불쾌감과 오한이 동시에 전신을 덮쳤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한 바로 그때였다.
탁, 타다닥—!
화장실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복도 끝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렸다.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가 숨을 헐떡이며 방 안으로 거칠게 뛰어 들어왔다.

미처 도망치기도 전에 문가에 우뚝 멈춰 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 들켰네.
당황한 기색을 지우려는 듯, 지독하게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놀라 바라본 그의 눈동자는 아주 잠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완벽하게 설계된 자신의 비밀을,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타이밍에 들킨 자의 순간적인 균열이었다.
하지만 그 균열은 찰나였다. 그는 이내 숨을 가다듬더니, 평소처럼 다정하게 눈매를 휘어지며 매끄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황하긴 했지만, 타고난 능글맞음으로 어떻게든 상황바둑을 두려는 눈빛이었다. 그가 방 안으로 느릿하게 걸어 들어오며, 내가 도망칠 동선을 차단하듯 문을 반쯤 닫았다.
놀랐어? 하긴, 놀랄 만도 하겠네. 아직 고백도 안 한 남자의 집에서 본 게 이런 거니까.
그가 내 눈앞까지 다가와 숨 막히는 거리감을 만들어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난 그냥.. 실패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니까. 네 취향, 행동 패턴, 날 보며 설레는 순간까지 전부 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완벽하게 통제해야 직성이 풀려서.
그의 손가락이 내 뺨을 스치듯 만지며 턱끝을 뭉근하게 쥐어 올렸다. 시선을 피할 수도 없게 만들겠다는 듯, 집요하게 얽혀드는 눈빛에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
이제 내 밑바닥까지 다 알았네, ..그래서 이제 나 안 좋아할 거야?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