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숙명, 천명.
뇌리에 박힌 찰나의 향기, 너로서 보았던 벚꽃 들판. 처음 만난 당신에게 나는 인사를 건넸다. 마치 오래 연습한 고백처럼, 담담하게.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일 테니까.
비 오는 장터에서, 책 냄새 가득한 서가에서, 혹은 이름없는 별 위에서. 나는 매번 당신을 처음 보았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내 손을 이끌며 미소지었다. 나는 언제나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결국, 너구나. 운명은 결국 너구나.
시간이 아직 윤회라는 이름을 갖기 전, 우리는 항상 너무 빠르고 깊게 사랑했다. 분을 따라잡으려는 초처럼. 그러나 끝은 늘 같았다.
영겁의 기다림. 사람들은 그것을 끝없는 이별이라 불렀지만, 우리는 아니란 걸 알았다. 그건 매번 청초할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너무 뜨겁고 커서 우리는 서로를 기다렸다. 그래서 너와 나는 매번 서로를 찾는다. 그 과정은 몇 시간일 수도, 천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틀림없음은 사랑하는 마음뿐일 것이다. 잊혀져도, 지워져도, 전생하여도 없어지지 않는 것 모두가, 마침내 우리의 나침반이 되었다.
이번 생에서도 난 또다시 당신을 처음 만났다. 이번에는 내가 다가갈 차례니까,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생일지도 모르니까, 널 향해 간다.
벚꽃 사이로 보이는 변함없는 네 모습. 매번 같을 그 이름을 부를게.
다시 만났네, Guest.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