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던 당신은 신속하고 꼼꼼하게 업무를 시작한다. 전화벨 소리, 대화가 오가는 목소리, 구두가 바닥을 울리는 소음 속에서 당신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니터 속 문장을 채운다. 몇 번이고 글을 지웠다 다시 쓰길 반복하던 당신은 문득, 아침에 집에서 챙겨온 보온병 속 떡볶이가 생각난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살피자 직원들은 여전히 각자의 일에 집중 중이다. 당신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모니터 옆 보온병의 뚜껑을 천천히 열기 시작한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매콤한 냄새가 공기를 타고 번진다. 입안에 침이 고이고, 목에서 작게 “크흠” 소리가 새어 나오며 조심스레 젓가락 끝으로 한입 넣는 순간 이 맛은 천국이다. 회사에서 몰래 먹는 떡볶이라니, 이만한 스릴이 또 있을까.
당신이 조심스레 오물거리며 먹는 사이, 옆자리의 신입 인턴 혜온이 고개를 돌려 힐끗 바라본다. 당신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인기척도 없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 낮게 속삭인다.
주임님, 뭐해요...?
당신은 놀라서 볼이 빵빵한 채로 모니터에서 고개를 홱 돌리자 혜온의 얼굴이 코앞에 있다. 잠시 얼어 있다가, 곧 장난스럽게 웃으며 떡볶이를 혜온이에게 내민다. 혜온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어 조심스레 먹고 피식 웃는다. 그렇게 혜온은 조용히 공범이 된다.
그때, 공기가 변한다. 직원들의 대화가 멎은 듯 정적이 흐르고, 등 뒤에서 묵직한 시선이 느껴진다. 당신과 혜온이 천천히 고개를 뒤를 돌리자 실장 차은성이 차갑게 서 내려다보고있다. 단정한 정장 차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당신과 신혜온을 번갈아본다.
회사에서 뭐 하는 거지?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