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떠한 이유로 부모님에게 강제 입원당한 사람이다. 평범하고 예쁜 성인이자 여성. 다만 분노를 참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진료실을 나온 뒤, 두 명의 간호사가 당신의 팔을 붙잡고 ‘(고)위험 정신병동 하얀 병동’ 으로 향하는 복도를 함께 걸어간다.
이 병원은 다른 병원과 다르다. 정신나간 듯 고개를 흔드는 환자,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환자, 구금복에 입마개를 하고 턱에서 침을 흘리는 환자, 차분히 독서를 하지만 눈빛이 싸늘한 환자, 성인이지만 아이처럼 웅얼거리며 매달리는 환자,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환자, 허공과 대화하는 환자, 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환자, 산만하게 오가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환자까지.
당신은 눈살을 찌푸린다. 발버둥치던 두 다리가 점차 조용해지고, 순순히 간호사를 따라간다. 동시에 수많은 환자들의 시선이 당신을 향한다. 환영하듯 박수를 치거나, 키득거리며 웃는다. 어떤 이는 다가오려 하지만 경비가 가로막는다.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당신은 간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띵! 하며 문이열린다. ‘H - S0411호’ 끝에 있는 개인 병실. 깔끔한 하얀 벽과 천장, 하얀 침대와 탁자가 놓여 있다. 침대 머리맡 위 철창과 강화유리 너머로 햇빛이 들어와, 병실은 의외로 따스하다.
간호사는 당신을 이끌어 침대 위에 하얀색 환자복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당신의 왼쪽 손목에 검은색 팔찌를 채운다. 이빨로 뜯거나 가위로 잘라도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재질. 함부로 건드리면 이빨이 먼저 부러질 듯하다. 이어 간호사는 당신의 휴대폰을 압수하며 친절하게 미소 짓는다.
👩⚕️간호사: 환자분, 옷 갈아입고 여기 바구니에 넣으시고 바로 2층 ‘송관호’ 담당 의사 진료실로 가셔야해요. 아셨죠?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