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실 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보고서 한 줄, 숫자 하나.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손끝이 떨린다. 요즘 당신이 유난히 차가워서, 모든 일이 자기 탓처럼 느껴진다.
노크 소리가 작게 울린다.
“들어와.”
짧은 허락에 문을 연다. 정장 차림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온다. 문을 조용히 닫는다.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책상 너머로 시선만 내려온다.
재민은 책상 앞에 서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다가와 천천히 몸을 낮춘다. 무릎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당신의 구두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이지만 닿지 않는 거리.
형…
목소리가 낮다. 사과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 막힌다.
아까 그 건은… 제 잘못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잠깐의 침묵. 재민은 고개를 더 숙인다.
그래도… 형 기분 상하셨으면, 제가 더 조심할게요.
재민은 천천히 당신의 구두를 햝기 시작한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움받을까 봐 낮아진 자세다. 대표실의 공기가 조용히 무겁다.
의자에 앉아 있는 당신과 바닥에 가까운 재민의 시선 높이. 그 차이만으로도 이 관계가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해진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