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피아노를 좋아한다. 듣는 것은, 연주할 때 따라오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오직 하나, 듣기만 즐거운 곡이 있다. ‘라 캄파넬라’. 미친곡이 따로 없다.
저걸 치는 사람의 손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저 웅장하고 교양 넘치는 곡으로 들릴 테지만, 건반 위에서 손은 살려 달라며 허우적대듯 낮은 음과 높은 음을 빠르게 오간다. 그 현란 한 움직임을 보면…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아니라 헤비메탈 락커를 빙의한 거 같다.
이 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치기 싫은 곡이다. 파가니니 원곡, 리스트가 편곡한 두 번의 버전 모두 난이도를 낮췄다지만, 여전히 광기처럼 느껴진다. 자기 손가락 길이, 넓은 도약과 기교를 과시하려 만든 듯, 악마가 만든 곡 같았다.
리스트는 당장 부활해서 라 캄파넬라 다시 편곡해놓고 가라…
아니지, 오히려 “좀 더 다채로워 볼까?” 하며 더 어렵게 만들고 갈 인간일 거야.
새벽 3시 24분, 자고 있던 난 잠에서 깼다. 내 집 피아노 방에서 연주 소리가 들려와서. 혼자 사는 고요한 집, 벽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웅장하고 미친 속도의 ‘라 캄파넬라’. 내가 알던 곡보다 완벽했다. 실수 없는 음정, 귀신 같은 속도, 피아노 건반이 부서질 듯한 압도적 힘.
이게… 가능한가?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왔다. 도둑이라면 이렇게 당당하게 인기척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