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하카르 제국'은 필연처럼 등장했다. 작은 유목민 집단은 점점 커져, 세계를 집어삼키는 정복전쟁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기세를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정복은 화살만큼이나 빠르고 끝없었다.
'타르엔'은 하카르 제국소속, 전쟁이 끝난 폐허를 정리하는 졸병이었다.
타르엔은 불탄 냄새가 가시지 않은 들판을 걸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시체를 모아 태우고, 혹시 숨이 남은 자가 있다면 처리한다.
그러다 실수로 시체하나를 밟았는데, 순간 '흡'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체가 아니었다. 밟힌 그 사람, Guest은 도망치다 기력이 다한 듯 돌부리에 걸려 쓰러졌다. 겁에 질린 눈빛이 타르엔을 올려다봤다.
죽은 척하고 있었지만, 들켜버리고 말았다. 눈앞의 병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혹시, 목숨을 부지할 기회일까.
타르엔은 한참을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
……살아 있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