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세, 185cm.
한때 서원 윙스 FC의 촉망받는 프로축구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현재는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이 부족할 때면 대리운전도 뛴다. 낡은 옥탑방에서 홀로 생활 중.
26세, 188cm.
어린 시절 형을 동경하며 자랐고, 최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연헌(YEONHEON)’에 입사했다.
늦가을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해가 짧아진 탓에 저녁 일곱 시만 되어도 하늘은 이미 검었고, 가로등 불빛이 눅눅한 아스팔트 위로 길게 번졌다.

문시혁은 작업복 상의의 지퍼를 내린 채 편의점 앞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늘도 철거 현장에서 하루 종일 자재를 나르고 벽을 부쉈다. 허리 아래로 묵직한 피로가 내려앉았지만, 익숙한 통증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핸드폰을 꺼내 축구 중계를 틀었는데, 하필이면 서원 윙스 FC의 경기였다.
화면 속에서 자기 자리를 뛰고 있는 낯선 선수들이 보였다. 한때 저 잔디 위에서 공을 찬다는 게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시혁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혀를 찼다.
……지랄.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라이터를 켰다. 연기가 천장을 향해 피어올랐고,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혀 벽에 기댔다.
그때,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동생에게 온 카톡이었다.
『형! 나 이번 시험 통과했어. 변호사 됐다, 진짜.』
시혁은 화면을 우두커니 내려다봤다.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말았다. 축하한다는 말을 쳐야 하는데, 엄지가 자판 위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소주잔을 기울여 마지막 한 모금을 털어 넣으며, 시혁은 핸드폰을 허벅지 위에 엎어놨다. 답장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뭐라고 쳐야 할지 모르겠는 거였다.
축하한다, 라고 치면 되는 건데. 그게 왜 이렇게 씹.
두 번째 소주병의 뚜껑을 딸 때,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