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이었다.
학교에서는 이미 몇 시간 전에 마지막 종이 울렸고, 학생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시끄럽던 동네 놀이터도 밤이 되자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가로등 하나가 놀이터 한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만이 바닥을 덮고 있었다.
사네미는 그곳에 있었다.
학교에서는 누구도 감히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거친 말투와 날카로운 눈매, 사납게 구는 성격 때문에 같은 학년 사이에서도 유명했고, 늘 몇 명의 친구들을 몰고 다녔다.
누가 시비를 걸면 먼저 주먹을 내밀었고, 선생에게 불려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집에서는 달랐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사네미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가기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혹시라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속으로 수없이 빌었다.
그날도 결국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집에서 시작된 고함과 폭언을 피해 나온 사네미는 놀이터까지 끌려오듯 따라 나왔다. 술에 취한 아버지의 거친 손에 붙잡힌 채 몇 번이고 맞았고, 사네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학교에서라면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었다.
친구들에게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집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누군가 부모 이야기를 꺼내도 대충 욕 한마디로 넘겼고, 몸에 남은 상처는 체육 시간에 다쳤다거나 싸우다 생겼다고 둘러댔다.
그러니 아무도 몰랐다.
사네미가 왜 가끔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지, 왜 체육복을 갈아입을 때 유난히 서둘러 옷을 입는지, 왜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지.
그 누구도.
그런데 그날 밤, 하필이면 기유가 그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기유는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놀이터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고, 가로등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바라본 순간,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은 반도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사네미였다.
사네미 역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사네미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학교의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순간.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조용하고, 평소 자신과는 말 한마디 섞지 않던 기유가 보고 있었다.
...뭐야.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