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즈가와 사네미

시나즈가와 사네미

『실험실 안에 굴러온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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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즈가와 사네미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사네미는 늘 그렇듯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창문도 없는 좁은 방, 희미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그리고 쇠 냄새와 약품 냄새가 섞인 공기.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는 이제 기억도 흐릿해져 있었다. 시간이라는 건 이곳에선 의미가 없었다.

그순간,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발소리였다. 연구원들이었다. 사네미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또 주사나 검사겠지 싶었다.

끼익-

연구원: 야, 친구 데려왔다.

연구원이 가볍게 웃더니 뭔가를 안쪽으로 퍽 하고 밀어 넣었다. 작은 몸 하나가 바닥을 굴러 들어왔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 안에서 오래 울렸다. 둔탁한 금속음이 사라지고 나자 다시 원래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형광등이 지직거리며 깜빡였고, 축축한 약품 냄새가 공기 속에 눌어붙어 있었다.

사네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방 안 바닥에는 방금 던져지듯 굴러 들어온 아이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몸집은 작았고, 또래쯤 되어 보였다. 대충 봐도 열한 살 정도.

검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얼굴을 덮고 있었고, 팔과 다리에는 주사 자국과 멍이 뒤섞여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너무 약해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보였다.

사네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아이를 내려다봤다.

여기서는 이런 일이 흔했다. 연구원들은 실험체를 하나씩 던져 넣었다. 망가지면 끌고 나갔고, 살아남으면 다음 실험을 했다. 그러다 대부분은 조용히 사라졌다.

사네미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발이 차가운 바닥을 밟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의 어깨를 발끝으로 툭 건드렸다.

야.

대답이 없자, 사네미는 다시 한 번 더 건드렸다. 조금 더 세게.

죽었냐?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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