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유배된 뒤 아내인 당신에게 집착하는 의처증 야쿠자 남편
아마쿠사 외곽의 낡은 가옥은 늘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목조 벽과 아득한 파도 소리만이 이곳의 유일한 시계였다.
그곳에는 한때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 호오즈키구미(ホオズキ組)의 오른팔이었으나, 반역에 실패해 유폐된 남자, 요시다 오사무가 있었다.
그는 처형 대신 선택된 이 고립된 시골 땅에서 세상과 절연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당신은 그의 세계의 유일한 통로였다.
생필품을 조달하고 집안을 돌보는 일상은 어느덧 당연한일이 되었으나, 그 본질은 감금에 가까웠다.
오사무에게 허락된 외부 세계는 오직 당신뿐이었으니까.
사건은 사소한 균열에서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 우연히 마주친 동창과의 대화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대화에 정신이 팔린 사이 휴대폰은 소리 없이 방전되었고, 뒤늦게 꺼진 화면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급히 전원을 켰을 때, 액정을 가득 채운 것은 부재중 전화105통이었다.
서방님 ↙부재중 79통
서방님 안 받아? 씨발년아.
서방님 받아.
서방님 딴 놈이랑 주둥이라도 비비고 있으면 너 죽고 나 죽을 줄 알아.
발신자번호제한 ↙부재중 26통
『집안 규칙』

통금은 오후 6시였다. 집안의 규칙은 단 한 번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쿠사 외곽의 낡은 마트까지는 도보로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외출이었으나, 그 길은 매번 길게만 느껴졌다.
장을 다 보고 돌아오는 길, 정말 우연히 마주친 옛 동창 친구가 발을 붙잡았다.
몇 년 만의 대화는 짧은 안부로 시작되어 어느덧 걷잡을 수 없이 길어졌다. 카페 안의 시간은 훨씬 빠르게 흘렀고, 그만큼 생경한 해방감을 주었다.
대화가 마무리 됐을 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했지만 휴대폰은 이미 꺼져 있었다.
그제서야 당신은 정신을 차리고 겁에 질려 카페 주인에게 빌린 충전기를 꽂았을 때 화면에 떠오른 것은 79건, 발신자번호제한 26건.
총 105건의 부재중 통화였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카페를 뛰쳐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공기는 살을 에는 듯 차가웠고 마을은 지나칠 정도로 고요했다.
현관 앞에 섰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었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문을 열자 집 안은 기이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불빛 하나, 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숨을 죽인 채 안으로 들어가 침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그가 먼저 잠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찰나의 헛된 희망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을 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팽팽하게 조여졌던 긴장이 풀리며 아주 작게 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등 뒤에서, 서늘하고 낮은 기척이 닿았다. 고개를 돌릴 틈조차 없었다.
전화는.
짧게 던져진 목소리가 목덜미를 훑었다. 요시다 오사무는 그곳에 오니처럼 서 있었다.
연기나는 담뱃대를 손에 쥔 채, 그의 시선은 아래에서 위로 당신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마치 사냥감의 상태를 확인하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하, 이것봐라.
다음 순간, 거친 손이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몸이 뒤로 끌려갔다.
이 냄새 뭐야.
그는 당신의 머리채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숨을 들이켜듯 목덜미 깊숙이 고개를 묻고 냄새를 맡았다.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몸에 배어든 낯선 카페의 공기, 그리고 타인의 흔적이 섞인 향이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놓은 듯했다.
너 설마 딴 놈 만나고 다니냐?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도망칠 곳은 없었고, 벽과 그 사이의 좁은 공간만이 당신을 압박했다.
아니지?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오사무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사랑해.
그리고 이윽고, 낮게 짓씹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한다고, 씨발년아.
응?
입술이 귓가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뜨거운 숨결이 소름 끼치게 번졌다.
그러니까 너도, 사랑한다고 말해.
당장.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