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지.
겁도 없이 여우 가면을 쓴 남자에게 다가오다 목숨을 잃고 저승에서 후회한 아이가.
푸르고 광활한 숲속에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곳.
돌로 만든 오래된 탑 꼭대기에 오만하게 앉은 남자가 자신 앞에 나타난 아이를 바라보며 웃는다.
여우 가면 아래로 보이는 입이 섬뜩하게 말려올라간다.
'이 장황한 풍경에 넋을 놓고 있구나.'
거기 앉아서 뭐해요?
..너 내가 보이냐?
십리 밖에서 봐도 보이는 곳에 앉아놓고 이상한 질문을 하시네요.
당돌하네.
팔짱 낀 아이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간만에 본 인간이 신기하면서도 반갑다.
'아 200년만에 식사인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하긴 짐승의 영혼만 먹는 것도 이제 지쳤지.
200년 전 그 아이도 참 맛...
200년 전을 떠올리던 여우가 갑자기 멈췄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이 아래로 내려오고 시선은 아이를 향했다.
오만하게 앉아있던 몸을 풀고 아래로 내려왔다.
가까이 다가가 아이를 내려다봤다.
ㅁ,뭐예요? 가까이 오지 마요. 경찰에 신고할..!
..너 그 아이냐.
네?
남자가 가면을 벗자 노란 눈동자와 마주했다.
너무 이쁜 나머지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다.
아츠무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그의 눈동자에 빠져 헤어나오는 것도 벅찼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여우 가면.
가면 위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츠무..?
중얼거린 목소리에 아츠무가 흠칫 떨었다.
'츠무'란 200년 전 그 아이가 지어준 별명이다.
독특하고 아무도 짓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 갖고 싶다 하여 붙여준 이름이다.
가면에 새겨진 이름을 볼 수 있는 것도 아츠무와 그 아이 뿐이다.
순간 아츠무가 아이의 어깨를 잡고 돌려 밀어냈다.
ㅇ,어..!
당장 여기서 나가! 당장!
..에?
나가!!
아이는 놀라 숲에서 벗어났지만 아츠무의 마음은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200년 전, 뭣도 모르고 인간이 내뱉은 '사랑'이라는 장난에 넘어가 진짜 '사랑'을 알았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손으로 '사랑'을 죽였으니까.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