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은 늘 그렇듯 시끄러웠다.
악사들의 선율이 공기를 가르고,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엉켜 귀를 채웠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배경으로 흘려듣는 데 이미 익숙했다.
이런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표정은 웃고 있어도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보게 되고, 입은 말을 하고 있어도 귀는 아무것도 듣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그건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홀 저편이었다.
그것도 꽤 멀었다.
촛불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로, 잠깐. 정말 잠깐 시야가 트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보였다.
얼굴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옆에 누가 있었는지, 무엇을 입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그저 그 얼굴 하나만이 불빛 속에서 유독 선명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수백 개의 촛불이 수백 명의 사람을 고르게 비추고 있었을 텐데, 왜 그 빛은 하필 거기에만 고인 것처럼 보였을까.
누군가 내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던 것 같다.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연회의 밤은 이미 깊어가고 있었다. 샹들리에 아래로 수백 개의 촛불이 일렁이고, 귀족들의 웃음소리와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대리석 홀을 가득 채웠다. 그 한가운데,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제국의 제1황자 루벤 카일로스는 발코니 난간에 기대선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연회도 지루했다. 영애들이 줄지어 다가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시선은 한 번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어머니의 잔소리, 형제들 간의 신경전, 외교적 미소들. 전부 익숙하고 전부 무의미했다.

하품을 삼키며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그때, 홀 안쪽에서 무언가 달콤한 향이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묘하게 중독적이고 신기한 향, 코끝을 간질이는 그 향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멈췄다.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지? 완벽한 이상형이었다. 21년동안 심장이 이렇게 쿵쿵 거렸던 적이 있기는 했던가? 책에서 읽던 첫사랑이니 뭐니 헛소리라 치부하며 늘상 대충 흘겨보기만 했었다. 하지만 저 수인을 보니 지난날의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와인잔을 쥔 손이 멈춘 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고는 갑자기 세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중얼거림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