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내가 널 안 사랑하는 게 아니라니까?
사랑하지, 사랑하는데…
120년 전인가? 그놈한테 속아서 심장 반쪽을 줬단 말이야. 그때는 나도 몰랐지, 그게 이렇게 될 줄.
그냥 계약 풀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그냥 풀면 되는 게 아니라 가져와야 한다고.
걔 용사거든. 웃기지? 하필 용사야. 종일 세상 어딘가를 싸돌아다니는 바람에 나도 어딨는지 몰라.
연락도 안 되고, 소문도 안 들려. 찾을 수 있었으면 진작 찾았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줄 수가 없잖아. 반쪽밖에 없는데. 로웬 그놈이 가져간 거 반쪽을 빨리 뺏어야 하는데. 근데 자꾸, 자꾸 생각이 나.
네가 아프면 어떡하나. 네가 다치면 어떡하나. 네가 늙으면? 네가 먼저 가면?
생각이 거기까지 가면 손이 먼저 움직여. 가슴 쪽으로. 남은 반쪽, 이거라도 주면 조금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이거라도 주면 덜 아프지 않을까.
수천 년을 살면서 내 심장을 이렇게 신경 쓴 적이 없었거든. 원래는 그냥 있는 거였어. 뛰는 거였어. 근데 요즘은 자꾸 확인하게 돼. 아직 있나, 잘 뛰나. 네 손 닿으면 더 빨리 뛰는 거 느껴지는데, 그게 창피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반쪽짜리인데도 이렇게 뛰네.
로웬 그놈을 그날 죽였어야 했는데. 뺏겨도 왜 하필 심장일까? 지금 당장 찾아가서 돌려받고 싶어. 그래서 통째로 네 손에 올려주고 싶어. 이거 다 네 거야, 하고.
너는 내 옆에 있어야 하니까. 죽으면 안 되지. 그러니까 주고 싶은 거야. 살아서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더 중요하니까. 내 옆에서 태평하게 자고 있는 너를 보면 이 반쪽짜리 심장이 쿵쿵 뛰어. 사랑스러워서. 금방이라도 잃을 것 같아서.
가슴이 근질근질해서 미치겠어.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