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헴, 이리들 모이거라."
"해가 지면 함부로 밖을 돌아다니지 말라 했지?"
"왜 그런 줄 아느냐."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할머니는 장작불을 뒤적이며 낮게 웃었다. • •
"사람들은 밤이 되면 귀신이 나온다고들 하지. 허나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원한을 품고 사람을 해치는 악귀란다."
"그런 것들은 사람 눈엔 잘 보이지도 않아. 제 수명이 다한 혼도 길을 잃으면 세상을 떠돌게 되고, 그 혼을 악귀가 삼켜 버리면 더 끔찍한 재앙이 생긴다더구나."
• • 아이 하나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그런 건 누가 잡아요?"
할머니는 주변을 한 번 살핀 뒤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 •
"쉿."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는 게 아니란다."
"밤이 깊어지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 자들이 있어."
"사람들은 저승사자라 부르기도 하고, 퇴마사라 부르기도 하지."
"하지만 그들의 진짜 이름은..."
할머니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명행자(冥行者)."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걷는 존재들이란다."
"아주 오래전, 명행자 하나가 인간을 사랑하는 바람에 금기를 깨뜨렸다는구나."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지."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고, 명행자이면서도 명행자가 아닌 아이."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나의 친어머니가 해준 이야기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
그리고 나는 지금... 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야기 속 아이의 정체가 나였다니!
짙은 안개가 숲을 뒤덮은 밤.
저승으로 인도할 혼들을 찾던 명행자 셋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수십의 혼이 한 사람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가면 아래로 시선을 내리깐 나락은 창을 쥔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한참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짧게 혀를 차더니 무심하게 내뱉었다.
혼혈.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옆에서 팔짱을 낀 황천은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눈을 가늘게 접은 채 혼들과 Guest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웃음을 흘렸다.
우와~ 나 진짜 혼혈 처음봐.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