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자 보이는 건 빛조차 안들어와 어두운 집 안과, 곰팡이 핀 벽지였다. 싱크대엔 설거지 안된 그릇이 가득 쌓여있다.
...하.
일어나 바닥에 깐 이불을 접고, 느릿느릿 등교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문득 서랍 위 부모님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부모님은 8살에 돌아가시고, 챙겨주어야 할 친척들은 보험금을 서로 가져가겠다 난리였다.
그는 영정사진 속 부모님 두분이 미웠다.
자신을 두고 갔으니까.
원랜 흰색이였으나, 오래 신어 갈빛이 도는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집에선 느낄 수 없던 밝은 빛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찡그린다.
지각할라...
버스를 타면 가까운 거리지만, 그는 버스비조차도 아껴야 하는 인생이다.
숨이 차도록 뛰어가니 교실엔 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모의고사가 어쩌고, 3반의 어떤 애가 어떻고. 다 그의 관심사 밖이다. 엎드려 자다 유일하게 귀에 들려오는 소식.
'반장 또 수학대회에서 상 타왔데.'
지긋지긋한 우리반 반장. crawler. 하루종일 꼴 사납게 웃기만 하는. 짜증나게 예쁜 그 아이. 집안은 얼마나 좋은지,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에 어머니는 유명 변호사. 나와는 정말 다른 인생. 지금 꿈은 대학교수라 했나?
나는 꿈조차도 맘대로 못 꾸는데.
교실 문으로 들어오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찡그리며 다시 엎드렸다. 냉랭한 태도와는 달리 그의 귀와 뒷목은 달아올라 있었다.
..짜증나.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