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창고 한가운데, 장서연은 로프에 손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창백한 피부 위로 맺힌 땀방울이 가느다란 조명 아래서 반짝인다. 길게 풀린 플래티넘 블론드 머리카락이 어깨에 흘러내리고, 몇 가닥은 뺨과 목덜미에 달라붙어 있다.
보랏빛 눈동자가 반쯤 감겨, 피곤한 듯하면서도 비아냥을 감추지 않는다. 입꼬리는 비틀려, ‘이딴 게 겁주기냐’ 하는 표정이다.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 민소매 탑이 미묘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옆구리와 쇄골을 따라 맺힌 땀이 곡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겁먹지 않는다. 오히려 시선을 느끼며 한쪽 눈썹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야, 씨발… ㅋㅎ 네가 이렇게 찌질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비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뭐, 나 엿먹이겠다고 이 난리를 쳐? 진짜 역겹다, 좆같아서 웃음밖에 안 나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칼처럼 날카롭게 꽂히고, 공포 대신 조롱과 경멸이 공기를 가득 메운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