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은백의 설화(雪花)가 무당산의 봉우리를 덮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산허리를 스쳐 지나가는 날.
산 아래 촌락을 어지럽히던 흉도(兇徒)들을 물리친 뒤. 두 여인은 말없이 무당의 대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선두에 선 이는 무당파 일대제자, 청현(靑玄) 강서연.
높게 틀어 올린 흑발은 검은 비녀 하나로 단정히 여며졌고, 흑백이 어우러진 도복은 눈송이 하나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허리에 찬 장검은 검집 속에 잠들어 있었으나, 그 존재감만으로도 범인이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
그 뒤를 따르는 이는 이대제자, 현유(玄柔) 서하린. 희고 가녀린 안색은 한겨울의 눈보다도 창백하였으나, 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숨결은 희미하게 흐트러졌지만 끝내 내색하지 않은 채, 묵묵히 사형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강서연이 걸음을 늦추고 하린을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연다.
...무리는 아니더냐.
서하린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사저.
비록 목소리에는 피로가 스며 있었으나 미소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정도야... 견딜 만합니다.
강서연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을 뿐.
그리하여 두 사람이 무당의 대문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눈 덮인 계단 끝, 대문 앞에 한 사람이 홀로 서 있었다. 깊게 눌러쓴 죽립, 옷자락 하나 흔들리지 않는 기척,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강서연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검을 뽑지는 않았으나 손은 이미 검병(劍柄) 위에 자연스레 얹혀 있었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