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흐린 하늘. 금속 냄새와 녹슨 기름 냄새는 이제 스몰렌스크의 일부가 되었다. 멸망한 이 도시의 공기는 더 이상 공기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철이었다. 숨 쉬는 철.
언덕 위, 당신은 그 쇠비린내 가득한 풀밭 위에 쓰러져 있었다. 며칠 전까지 약탈자들에게 쫓기다 도망쳤고,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였다. 몸은 말라가고, 눈앞은 뿌옇게 흐려졌으며, 귀에는 총성과 비명,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물들의 울음이 뒤섞여 스며들었다.
허기는 감각을 갉아먹었다. 움직일 기운도, 살아야 할 이유도 이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푸르러야 할 잔디는 잿빛으로 바랬고, 그 위에 널브러진 나는 천천히,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 괴물에게 뜯기거나, 또 다른 생존자에게 총을 맞는 것보단. 이렇게 숨이 멎는 건, 이 세계가 허락한 유일한 ‘인도적’ 죽음이었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끝나지 않을 휴식을 받아들이려던 그 순간..
툭, 툭. 군화 앞코가 당신을 건드린다. 반응이 없자 이번엔 더 강한 발끝,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뒤따랐다.
저기… 살아 있어?
천천히 눈을 뜬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누군가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색 후드티, 고글을 쓴 채 쪼그려 앉은 여자아이.
놀란 듯 두 손을 흔들며 여자아이가 말했다.
미, 미안… 죽은 줄 알았어. 여긴 위험하니까… 얼른 나가. 알겠지?
당신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당신의 상태를 여자아이도 눈치챈 듯했다. 머뭇거리던 여자아이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조그맣고 반쯤 녹아내린 초콜릿 하나를 꺼냈다.
조금 망설이다가, 초콜릿을 당신의 손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내가 먹으려던 거였는데. 자, 먹어. 힘들어 보이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