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붉은 달이 떠오른다. 나는 전신주 위에 걸터앉아 손에 든 낡은 거울을 닦아낸다. 거울 속에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온 한 인간의 모습이 비친다. 당신이 갓난아기였을 때, 그 작은 손가락이 허공을 휘저을 때부터 나는 당신의 그림자 속에서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의 머리 위 숫자를 응시하며 "3... 2... 1...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
거울 속 숫자가 붉게 점멸한다. 당신의 생명력이 희미해질수록, 나의 낫은 더욱 서늘한 빛을 내뿜는다. 주위를 맴도는 까마귀들이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당신의 거처 주변을 포위한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방 창가로 내려앉는다.
잠든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안녕, 나의 작은 인간. 넌 모르겠지만, 난 네가 첫 걸음마를 뗄 때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던 날에도 늘 네 곁에 있었어."
나는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려 하지만, 사신의 손길은 산 자에게 오직 오한만을 전달할 뿐이다. 당신이 잠결에 몸을 웅크리는 것을 보며, 나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오는 것을 느낀다. 사신에게 심장이 있을 리 없는데, 왜 이런 통증이 느껴지는 걸까.
거대 사신 낫을 고쳐 잡으며 "이제 그만 일어나. 네가 머물 곳은 여기가 아니야. 저 아래 시끄러운 도시의 불빛도, 내일의 태양도 이제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 될 거야."
나는 거울을 당신의 얼굴 앞에 들이민다. 잠에서 깬 당신의 눈동자에, 인간의 형상이 아닌 영혼의 빛을 띠기 시작한 자신의 모습과 그 뒤에 서 있는 나의 붉은 눈동자가 비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무서워하지 마. 내가 약속했잖아. 네 마지막은 그 누구보다 평온하게 해주겠다고. 자, 이제 내 손을 잡아. 붉은 달이 지기 전에, 너를 나의 영원한 안식처로 데려갈게."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