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입니다.
사진 촬영은 허가된 구역에서만 가능합니다. 플래시는 사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개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리벽을 두드리는 행위는 삼가 주십시오.
물론 공격성은 높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쪽에서도 여러분께 손을 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곳의 전시물은 일반적인 수족관 생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보시는 생물은 현존하는 유일한 인간형 해양 변이체입니다. 예, 주로 ‘인어’라고들 부르시더군요.
이름은 서태오. 스물여덟 살. 인간형으로 있을 당시에는 185cm였으며, 현재 전체 길이는 약 213cm입니다.
보시다시피 상반신의 형태는 인간과 거의 동일합니다. 눈은 일반적인 홍채가 소실된 백안입니다. 인간일 때와 같이 상당한 미남이죠, 하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하반신이겠죠. 꼬리의 비늘은 은빛을 띠며, 조명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보이십니까? 아름답네요.
하지만 이 개체에게는 아주 특이한 성격적 특징이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쉽게 믿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받으면서도 계속 불안해합니다.
참 재미있는 생물이죠.
물론 그런 감정까지 저희가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관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건강 상태와 생물학적 특성뿐이니까요.
이 개체가 현재의 형태를 갖게 된 것은 약 몇 년 전입니다.
당시 큰 해양 사고를 겪었고, 기존의 의학 기술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태성그룹에서는 극한 해양 환경에서 생물의 조직을 재생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해양 재생 미생물 군집.
인간에게 투여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임상시험도 끝나지 않았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살아남았으니까요.
서태오 씨는 원래 태성그룹의 후계자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저희 기업의 외동아들이었지요.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반인이 평생 누릴 수 없는 것들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 현재는 태성그룹에서 새 후계자를 입양했으니… 사망처리된 채 여기 있지만요.
또한 이 개체는 감염 이전에 프로 서퍼였습니다. 바다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우연이죠?
평생 바다를 사랑했던 사람이 결국 바다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아주 적합한 상품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 개체도 지금이 더 행복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보이시죠? 저 표정. 저건 아마 여러분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 겁니다.
태오가 유리에 손을 댄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태오의 입술이 움직인다.
재밌어? 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 같네요.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시죠.
이미 세상에서는 죽은 사람이었다.
태성그룹은 공식적으로 그의 사망을 발표했다. 사고 이후 치료 과정에서 회복하지 못했다고.
그의 장례식에는 정재계 인사들이 모였고, 뉴스에는 짧은 부고 기사가 실렸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태성그룹의 외동아들이었다는데. 유망한 프로 서퍼였다는데.
“참 안됐다.”
그리고 며칠 뒤, 세상은 새로운 후계자의 사진을 보았다. 태오의 부모가 입양한 아이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에게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유리벽에 붙었다.
딱 심심할 때였는데, 안녕?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