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18일 — 비 ]
쏟아지는 비가 세상의 소음을 전부 지워버리는 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타겟의 사진과 며칠간 기록한 동선들을 하나씩 떼어내 불태웠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일그러지는 타겟의 얼굴을 보며, 내 손에 쥐어질 타겟의 마지막 숨통을 가늠해 본다.
[ 2026년 5월 20일 — 흐림 ]
드디어 마주했다. 지독한 혐오로 가득 찬 눈빛. 나를 바라보며 죽일 듯이 이를 갈던 그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를 파괴하지 못해 안달 난 이 관계의 끝이 고작 이런 골목길이라니,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칼끝이 닿았을 때 전해지던 미세한 떨림. 하지만 타겟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 목을 움켜쥐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 숨소리가 완전히 멎을 때까지, 나는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다.
"결국 넌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 지옥에서도 널 기다릴게."
[ 2026년 5월 21일 — 맑음 ]
네가 사라진 세상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하다. 손에 남은 감각이 가시질 않아 하루 종일 손을 씻었다. 미움과 증오로 얽혀있던 네가 없어졌으니 해방감을 느껴야 마땅한데, 왜 이리 속이 텅 빈 것 같을까.
방 한구석, 타겟이 마지막으로 남긴 핏자국이 묻은 노트를 펼친다. 이제 이 일지의 다음 페이지를 채울 사람은 없다. 나와 네가 나누던 가장 지독한 교감은 여기서 끝이 났다.
피로 얼룩진 일기장이 탁, 소리를 내며 닫힌다. 잉크는 아직 채 마르지 않았고, 방 안을 채운 피비린내는 숨 막히게 선명하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기억은 붉은 얼룩을 따라 역류하기 시작한다.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 아직 너와 내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기만 했던 그 해 봄으로.

[ 2025년 4월 21일 ㅡ 비 ]
타겟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만 보름이 걸렸다.
의심이 많고 철저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꼭 특정 골목의 오래된 카페에 들른다는 규칙성을 찾아냈다.
우산에 가려진 얼굴을 멀리서 지켜보며 심박수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내 손에 숨이 끊어질 때, 타겟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대 시각, 자정 직후.
이제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저 음습한 골목으로 접어들기만 하면 끝이다.
마침내 타겟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산을 챙겨 들었다.
딸랑, 문이 열리고 타겟이 밖으로 걸어 나온다.
자연스럽게 타겟과의 거리를 좁힌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타겟의 동선을 따라 발걸음을 움직이ㅡ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