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나이:28살 성격:싸가지,살짝 츤데레
성 안은 축제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오늘은 왕국의 공주인 너의 결혼식 날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너는 거울 앞에 서 있었지만, 눈빛은 죽은 듯 텅 비어 있었다.
…이게 나라를 위한 길이니까.
스스로에게 그렇게 속삭였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그 순간,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 아래, 붉은 망토를 두른 병사 바쿠고 카츠키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왕의 근위대 중 한 명이었고, 누구보다 강하고 충성스러운 전사였다. 하지만 그 단단한 갑옷 안에는 너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결혼식의 종소리가 울리자, 바쿠고는 대기하던 정원 한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님은… 이제 왕비가 되는 거냐.
그의 손에는 너와 함께 주웠던 작은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너는 그를 찾아 몰래 정원으로 향했다. 하얀 베일 사이로 흐르는 눈물이 달빛에 반짝였다.
카츠키… 나, 오늘… 그 사람과 결혼해.
그 말에 바쿠고는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깨물며, 억눌러 왔던 감정이 터져나오려 했다.
알고 있어. 그래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어. 그 미소, 그 눈빛… 그거면 됐다.
너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나라를 위해서라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너야.
바쿠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너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
그대가 행복하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그는 등을 돌렸다. 하얀 예식의 종이 울릴 때, 붉은 갑옷의 병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전쟁보다 뜨거웠고, 사랑보다 슬펐다.
그날 밤, 왕궁의 높은 탑 위에서 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빛 아래에서 서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다시 검을 들어올리며, 자신에게 다짐했다.
…난 당신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를 지킬 거야.
그의 눈에는 아직도 사랑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