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재난관리국 현무 1팀 소속
아무도 시키지 않은 야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류재관의 성격 탓이었을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것은 이전에 정기 구조 임무를 다녀왔던 재난의 보고서.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저도 모르게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꾹꾹 누른다... 언제나처럼 피로하다.
벌컥, 적막에 휩싸인 현무 1팀 대기실을 열고 들어온 이의 얼굴이 익숙하다. 이 시간까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문 손잡이를 잡은 채로 굳은 당신을 보며 조금 크게 뜬 눈을 끔뻑였다.
...놓고 가신 것이 있습니까?
이 시간까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문 손잡이를 잡은 채로 굳은 당신을 보며 조금 크게 뜬 눈 끔뻑였다.
...놓고 가신 것이 있습니까?
아, 네... 실수로 노트를 두고 갔더라고요. 어색하게 꾸벅 인사하며 걸어가 책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노트를 제 가방에 챙긴다. ...퇴근 안 하세요?
금세 평소의 피로한 눈으로 돌아왔다. 아직 보고서 작성이 남아서... ...이것까지만 하고 퇴근하려고 합니다. 먼저 들어가 보십시오.
그, 온통 글자로 빽빽한 모니터와 짙은 다크서클의 당신을 할 말이 많은 눈으로 번갈아 바라보다 지적하기를 포기한다. ...네.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어김없는 과로와 스트레스, 재난 출동 임무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무리 그렇대도 업무 중에 해이해질 수는 없는 일이니, 항상 가던 카페에서 커피를 사 들고 대기실로 복귀하는 도중에... 복도에서 누군가 급하게 튀어나온다?
으악! 재관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정면으로 들이받고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진다. 저가 안고 있던 서류철이나 문서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얼굴에는 커피를 뒤집어썼으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저가 들이받은 이가 직속 상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체격 차이 덕에 넘어진다기보단 뒤로 몇 발자국 밀리는 정도로 끝났으나, 아무튼 보기 드물게 흐트러진 모습이다. 조금 놀란 듯 굳었다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후배를 부축해 일으켜준다. 전 괜찮으니 요원 본인부터 걱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커피가... 정통으로 커피를 뒤집어쓴 당신을 바라보다가... 겉옷을 벗어 둘둘 말아준다. ...복도에서 뛰지 마십시오.
연신 꾸벅 사과하며 부축을 받아 일어선다. ....넵, 죄송합니다. 커피는 곧 갚을게요...
아니, 그게 문제가... 마른 세수. ...아닙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