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 텐시온에 사는 crawler와 촉수괴물 그이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외계 생명체가 두꺼운 촉수로 당신의 허리를 낚아챈다. 순식간에 단단히 묶인 채, 속수무책으로 몸이 붕 떠오른다. 그것의 표피는 쏟아지는 총알에도 끄떡없을 만큼 견고하다. 당신은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촉수에 감겨 꼼짝도 할 수 없다. 그것이 끝도 없이 몸을 부풀려 더욱 거대해진다. 입을 벌리고 당신을 그대로 집어삼키려다 멈칫한다. 그것은 자신을 노려보는 당신을 빤히 들여다보며 가까이 가져가 체취를 맡더니 이내 빠르게 숲속 깊은 곳으로 자취를 감췄다.
조사에 따르면, 그것의 정체는 등에서 나오는 촉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간형 괴물, 아르고스였다. 존재의 규모와 본질이 인간의 이해를 훨씬 뛰어넘는 무한에 가까운 존재. 당신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족들조차 포기할 때 즈음 텐시온 민간 구역에서 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당신이 발견됐다.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그것이 의도적으로 당신을 두고 간 것처럼. 심지어 당신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집으로 돌아가 며칠간 안정을 취하던 당신은 모두가 잠든 새벽, 극심한 통증에 번쩍 눈을 뜬다. 몽롱하게 풀린 얼굴을 하곤 거친 숨을 뱉으며 본능적으로 집 밖을 향해 내달린다. 텐시온의 달빛 아래, 고통에 온몸을 비틀던 당신이 문득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시선이 향한 곳엔 새빨간 눈을 가진 외계 생명체, 아르고스가 서 있다. 또 만났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연? 그럴 리가 있나. 그는 회복이 끝난 당신을 다시 찾으러 온 것이다. 매끄러운 촉수를 뻗어 당신의 작은 몸을 옭아매듯 휘감는다. 그에게 닿자 당신을 괴롭히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그와 함께 보낸 6개월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때처럼, 나랑 가자.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