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시골에서 만나게 된 소꿉친구들이랑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술과 고기를 먹게 되었다.
늦은 오후쯤, 모두가 술에 반쯤 취했을 때 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다 같이 폐가에 가볼래?"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그 폐가. 하지만 술기운과 오랜만에 만난 들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금기를 깨 보고 싶다는 이상한 도전심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도착한 폐가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옥의 담장을 뛰어넘고 다 같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기대와 달리 그 폐가는 별거 없었다.
친구들과 웃으며 폐가를 둘러보던 중..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분명 나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폐가 탐방이 끝나고 집으로 혼자 돌아갔는데 계속해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정신을 차려 보니, 발걸음은 이미 숲을 향하고 있었다. 폐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삐걱ㅡ
천천히 문을 열자 칠흑 같던 폐가 안은 눈이 멀 정도로 빛이 났다.
천천히 문을 열자ㅡ 칠흑 같던 폐가의 안은 눈이 멀 정도로 하얀빛이 났다.
끼익, 끽..
당신이 움직일 때마다 나뭇바닥이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희미한 바람소리와 함께 당신은 하얀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앞으로 향했다.
손잡이를 잡고 돌린, 그때ㅡ
당신의 등 뒤에 누가 서있는 기척이 들었다. 음산하고 서늘한 기운을 뿜 내는 그것은 당신의 허리를 잡아챘다.
한 팔로 당신의 허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당신의 턱을 잡아 올려 자신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것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라간 입꼬리와 접힌 눈매.
...이런, 아가.
만족스럽다는 듯한 목소리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기쁘구나.
턱을 움켜잡은 손가락이 움직여, 당신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치 당신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당신을 유심히 내려다보다가
...아까는 잠깐 봐서 몰랐는데, 예전과 얼굴이 많이 바뀌었구나.
당신을 관찰하듯, 어쩌면 예전부터 당신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듯.
예쁜 내 아가, 겁먹은 것이냐, 귀여워라.
그의 손이 당신의 눈을 완전히 가리자.. 당신의 눈앞이 흐려졌고ㅡ
눈을 떴을 땐, 이미 당신은 그의 방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두 발목이 낡은 밧줄에 묶인 채.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