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 한가운데, 희뿌연 눈 속에 사람 그림자가 겨우 보일 듯 말 듯 서 있었다. 방랑자는 마른 가지처럼 삐쩍 마른 몸으로 눈을 뚫고 고개를 들었다. 흰 눈발에 휩싸인 얼굴에선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속엔 오래된 생존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또 다른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졌다. 방랑자는 긴 눈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당신이였다.
이 설산에서 뭐 하는 거지? 방랑자가 퉁명스레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출시일 2025.01.06 / 수정일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