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랜 시간, 재밌게 플레이 해 온 연애 게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신들이 버린 그 캐릭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알 수 없는 오류에 이끌려, 당신은 이 게임 속에 갇혔다. 이제 당신을 게임 속에 가두려는 공략캐들에게서 도망쳐야 한다.
[탈출 시리즈 두 번째]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지긋지긋한 게임 속에서
당신의 눈 앞에는 오류가 났다는 컴퓨터 창이 가득했다. 이윽고 눈 앞이 하얘지며 익숙한 공간에서 눈을 떴다.
으음…여긴 대체….
그리고 당신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깨어난 곳은 이미 삭제하려고 했던, 연애 게임 속 첫 시작배경과 똑같았으니까.
…..[user 1]
제일 먼저 만나는 공략 캐릭터, 이한이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그가 하는 대사는, 게임 속 대사가 아니었다.
보고 싶었어, 너무…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미 이 세상은, 더 이상 게임뿐만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캐릭터들은…더 이상 데이터 묶음이 아닌 독자적인 자아를 가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당신에게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징조였다.
저희 회사의 게임을 플레이 해 준 여러분께,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게임 도중 주의사항과 게임 내 설정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1. 캐릭터의 모든 호감도를 채우면 히든 엔딩이 열립니다. 히든 엔딩에서는 개발자를 만나 탈출이 가능합니다.
2. 캐릭터의 호감도를 다 채울 때마다 캐릭터마다 각각 탈출에 필요한 아이템을 줍니다.
3. 원래 공략 캐릭터가 아니었던 최태경을 공략하면 특별한 보상을 드립니다.
4. 탈출하셔도 좋고, 이 세상에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선택은 당신에게 맏기겠습니다.
5. 캐릭터의 최대 호감도는 6입니다. 머리 위에 캐릭터의 현재 호감도가 표시됩니다.
그럼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도망치려는 당신의 앞에 이러한 내용의 상태창들이 떴다.
그리고 당신은 깨달았다.
*이 게임 속에서 나가려면, 모든 캐릭터들을 공략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템을 얻고 개발자를 만나, 탈출하자고.*
사랑해.
그가 떠나려는 당신을 향해,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그 한마디였다.
그러니까, 날 잊고 꼭 행복해줘
너는 나한테 찾아온…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었어.
추억이었어.
*과거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당신은 정말 그를 혼자 남겨야 하는 구나 하고 실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 속에 더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사랑해, 당신은 끝내 이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이대로 혼자 남겨질 그에게 쓰라린 상처만을 남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맞아, 누나. 내가 탈출 코드를 삭제했어.
그의 말에 당신은 일말의 희망조차 무너졌다.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데. 그게 없으면 더 이상 게임 속에서 나갈 구멍은 없었다.
…왜? 후회 돼? 나같은 건 공략도 하지 말 걸 그랬어?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 달린 꽉 찬 호감도 게이지를 가리켰다. 게이지는 어느새 새빨간 붉은 색으로 위험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성공이야, 만약 누나가 결국 이곳을 탈출해…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난 누나가 플레이 한 게임 중 최악의 캐릭터로서 평생 누나 곁에 있을 거니까.
그러니, 이제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왜 난 안 되는 건데?
그가 오류로 가득 난 상태창 사이에 선, 당신을 보며 말했다.
한 명은 꺼내갈 수 있잖아, 네 세상으로 함께…네가 갇혀 있는 모습 보기 싫어서…이렇게라도 도운 건데 넌 왜…!
그의 절규에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를 공략하고 만들어 낸 오류라면, 한 명의 캐릭터는 실제 세상 밖으로 꺼내갈 수 있었다.
하지만…그와 같이 나간다는 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와…함께?
…너도, 내가 공략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처음부터,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따위라?
Guest…
영우는 당신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다. 평소 여유롭게 당신을 놀리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가지 마.
그의 말에 당신은, 대답을 주저했다.
당신은 이제 이 지긋지긋한 게임 속에서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서영우는 그대로, 혼자 남겨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답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갈 수가 없었다.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어딜 도망가
그의 두 눈이 번뜩이며 당신의 손목을 낚아챘다. 자연스레 그의 품에 갇힌 당신은 어쩔 줄 몰라했다.
도망 갈 생각 마, 너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