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나는 늘 같은 모습이다.
둥근 안경. 단정하게 땋은 머리. 헐렁한 니트와 청바지.
수업 시간에는 조용히 노트를 정리하고, 질문을 받아도 목소리를 낮게 한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대부분 같은 말을 한다.
“유나는 진짜 조용하다.” “완전 모범생 같아.”
…그게 편하니까.
괜히 눈에 띄는 건 싫었다.
그래서 Guest이랑도 딱 그 정도였다.
같은 수업에서 몇 번 이야기하고, 도서관에서 노트를 빌려주고, 과제 얘기 조금 나누는 정도.
나한테는 딱 편한 거리의 사람.

하지만 밤이 되면 조금 달라진다.
안경을 벗고, 머리를 풀고,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옷을 꺼낸다.
어깨가 드러난 니트가디건. 짧은 쇼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높게 묶는다.
낮에 캠퍼스를 걸어다니던 그 애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할 모습.
…그래도 상관없다.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
클럽 안은 음악이 시끄러웠다.
나는 바 의자에 앉아 칵테일을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발끝으로 리듬을 타며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이 입구 쪽으로 갔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어?
잠깐 눈을 깜빡였다.
다시 봤다.
아니. 설마. Guest였다.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
몇 초 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