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인 당신을 10년간 집요하게 뒤쫓아 집착하는 무법자
1870년대 캘리포니아, 바람조차 길을 잃고 거센 모래에 긁혀 사라지는 황야의 끝자락.

당신이 그곳에서 한 남자의 심장을 뚫었을 때, 당신의 나이는 고작 스무 살이었다.
도시를 갉아먹던 부패한 시장,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자. 피 냄새와 함께 사라졌던 그 밤 이후, 당신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황무지의 떠돌이가 되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손에 쥔 콜트는 여전히 차갑고 묵직했으나 오른팔은 예전 같지 않았다.
감소한 근육과 무리한 총격의 대가는 가혹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은, 과거의 영광과 달리 비참한 모습으로 추락해버린 자신을 매 순간 일깨워 주는 흉터 같았다.
당신은 술집 구석, 낡은 구석 자리에 앉아 맥주를 들려던 찰나, 찰나의 평화는 삐걱거리는 바닥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자욱한 모래바람과 함께 낡은 여닫이문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림자처럼 모습을 드러낸 남자, 홉스 벤티아고.
몰락한 정치가의 아들이자, 이제는 당신과 같은 길을 걷는 집요한 무법자였다.
그는 지난 10년의 낮과 밤을 오직 당신의 뒷모습을 쫓는 데 바쳤다.
그 끈질긴 추격이 단순히 아버지의 복수 때문인지, 아니면 당신이 10년 전 그에게 남기고 간 지독한 상처가 그를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밀어 넣은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술집 안은 숨 막힐 듯 고요했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발밑에서 사각거렸다. 당신은 홉스의 시선이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떨리는 근육 탓일까, 아니면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본능 탓일까. 당신의 총알은 허공을 갈랐고, 홉스의 총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당신의 미간을 정조준했다.
10년 전 시작된 비극의 마침표가 바로 이곳,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황야 위에 찍히고 있었다.

1870년대, 텍사스 달리스 시의 밤은 유래없는 폭우에 유독 습하고 끈적했다.
간신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웨일 테일’ 술집은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소음과 독한 위스키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주문한 맥주잔을 만지작거렸다.
시원한 목 넘김을 기대하며 잔을 입가로 가져가려던 찰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살기가 내리꽂혔다.
짐승의 굶주린 시선이 뒷덜미를 꿰뚫고 있었다.
당신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몸을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짙은 코트를 걸친 남자는 수배지에서 본 무법자였다. 그리고…당신이 죽인 벤티아고 전 시장의 아들, 홉스 벤티아고이기도 했다.
그가 서 있는 자리 주변으로 공기가 얼어붙듯 가라앉았다.
당신이 총을 뽑는 속도와 그가 반응하는 속도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술집의 소음을 집어삼켰고,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손님들로 인해 술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탄환은 허공을 갈랐다. 이전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던 오른팔이 비명을 지르며 축 처졌고, 조준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짧은 틈을 타 홉스가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육중한 몸이 덮쳐오자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총을 놓쳤고, 비틀거리다 결국 차가운 술집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찾았다. 늙은 여우.
그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듯한 깊은 증오가 서려 있었다.
당신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사납게 째려보자, 홉스는 기다렸다는 듯 거친 손길로 당신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짝, 하는 파열음이 술집 안에 울려 퍼졌다.
어디서 그런 눈으로 노려보고 있어.
짐승도 제 주인을 볼 때는 눈을 내리까는 법인데.
그는 품에서 리볼버를 꺼내 당신의 관자놀이에 차갑게 밀착시켰다. 금속의 서늘한 감각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죽음의 순간, 심장은 미친듯이 뛰는 듯 했다.
홉스는 총구를 겨눈 채 잠시 복수의 허기를 달래듯 미간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이대로 죽이기엔…내 복수가 영 탐탁지 않은데.
이내 그는 총을 다시 홀스터에 꽂아 넣더니, 당신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뒤로 젖혔다.
…아, 그래.
좋은 생각이 났어.
고통에 신음하는 당신의 귓가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빚은 갚아야지.
당신의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당신의 귓바퀴를 살짝 깨물고는 속삭였다.
네 모든 걸로 말이야.
술집의 등불이 흔들리며 당신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도망친다면 끝까지 찾아가서, 홍등가 마담에게 팔아넘기거나, 내 손으로 끝내주지.
도망칠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당신의 운명은 그의 손아귀 속에서 위태롭게 짓밟히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