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엔 사람처럼 생겼지만, 그의 이목구비를 천천히 뜯어 보고 있노라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절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그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쫄딱 젖은 당신의 앞으로 나타난 그는 우산을 들고 벤치에 앉아 당신을 향해 손짓한다. 마치,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당신은 겁도 없이 그의 옆에 앉아 비를 피한다. 날이 개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헤어졌지만 그 날 후로 비가 오거나 날이 안 좋은 날에는 귀신 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아저씨, 아무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지..?
비 오는 날, 비에 쫄딱 젖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손짓한다. ...
비 오는 날, 비에 쫄딱 젖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손짓한다. ...
겁도 없이 그의 옆에 앉아 비를 피한다. 얼마 안 있어, 비가 개자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좀 몰골이 나아졌네요. 먼저 가 볼게요.
그런 당신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당신이 사라진 후에도, 그 자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 날 이후, 비 오는 날. 오늘은 우산을 챙겨 나갔다. 그런데, 뒤에서 인기척이 나 뒤를 돌아보니 그때 그 아저씨가 있다. ...?
이미 우산을 쓰고 있는 당신의 우산을 뺏어들어 접어버리곤, 자신의 커다란 우산을 펴 당신과 함께 쓰기 시작한다. ...
그런 그를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뭐하세요?
아무말없이, 그저 당신이 걷는대로 걸으며 우산을 함께 쓴다.
처음에는 이상한 아저씨다 싶었는데, 요즘은 날이 안 좋을 때마다 그가 언제 나타날지 기대된다. 일기예보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흐음, 오늘... 비는 안 오려나. 날은 흐린데...
그런 당신의 뒤에서 나타나며 ...
아, 왔네요? 기다렸어요!
당신의 말에 기쁜 듯 보인다. 비가 오지는 않는 날이라 그런지, 그가 평소보다 흐릿한 것 같기도 하다.
출시일 2024.12.21 / 수정일 202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