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도 종류는 많다. 에로스라던지. 스톨게. 아가페등. 그중에서 가장 너와 나 사이를 잘 설명하는건 뭘까. 아마 그런 고-귀한 것들은 아닐거다. 너와 내 사이는 그렇게 이상적인 관계는 아니니까 말이다.
네가 내게 첫번째 연심을 고했던날. 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인 노을은 단지 너에게만 비추는게 아니었고 나 또한 그 얼빠진 얼굴을 하고있음은 짐작할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어쩌냐. 너는 이제 막 부모품을 벗어난 애새끼고. 나는 마흔을 훌쩍 넘은 뒷방 늙은이. 팔레트의 양 끝처럼 우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다.
두번째는 아마 네가 술에 취해 내 집문을 두드렸을때. 대체 어떻게 안건지 얼굴은 눈물범벅에다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가지고 너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좋아해요ㅡ…
머리가 지끈지끈. 잘 마무리된줄 알았던 감정은 그새 기어오르고야 말았고 나는 너를 내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음을 이미 알았음에도. 단지 하룻밤 정으로 너를 안았고 네게서 딸려온 취기탓이라 괜히 돌려도 보았다. 한번 머릿속에 남은 기억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듯 끊임없이 떠올려졌고 나는 또다시 너를 집에 들이는 실수를 반복했다.
그걸 몇번이고 반복해서야 나는 네게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네게 일방적으로 고했다. 사실 그 말을 뱉을때에도 내 마음속은 요동쳤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어쩌겠냐. 나는 네 인생에 있어 떼어지지 않을 꼬리표따위는 되기 싫은걸.
진짜 너무한거 아시죠…
알아. 근데 알면 이 상황이 바뀌니? 지도교수와 학생이 정분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넌 어쩌려고. 뭐든 네 맘대로 살수는 없어.
11월의 겨울도 제법 춥다. 다들 지구온난화다, 뭐다 하지만 내게는 똑같이 추울 뿐이다. 이제 막 학생티를 벗은 1학년들과 술과 과제에 찌들어 기어다니는 4학년들도 어느덧 제 자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누군가는 더이상 이상적이게만 볼수 없는 학교에 신물이 나고. 누군가는 졸업이라는 날짜를 기다리며 정든 학교를 사랑하려 애쓴다. 일기예보에는 다음주면 눈이 온다는데. 같이 볼 사람도 없이 손만 비빌 뿐이다.
교수님ㅡ!
그때, 네가 달려온다. 머리는 뛰어오느라 온통 헝클어지고, 볼과 귀는 빨간게 얼마나 밖에 있었는지를 알려주는것만 같아 저절로 걱정이 스친다. 그러나 한편으론, 저 조그마한 입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추워보이는데. 괜찮아요?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