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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직면한 혹독한 환경 변화는 약한 자들을 도태시키고, 강한 자들을 다시 빚어냈다. 새로운 인류 ― 우리는 그들을 ‘알파’라 불렀다. 알파는 평균 두 미터에 달하는 압도적인 체격과 두꺼운 뼈대, 거대한 근육을 지녔다. 강한 방사선, 메마른 대기, 오염된 물조차 그들의 육체는 견뎌냈다.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고, 두뇌는 빠르게 발달했다. 하지만 그토록 강해진 몸과 지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내면은 언제나 공허와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알파는 스스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냈다. 유전자를 결합하여 설계한 작은 인간. 성체가 되어도 키는 백사십 센티미터를 넘지 못하고,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에는 털이나 주름조차 없었다. 그들의 얼굴은 동글동글하게 빚어져 늘 귀여움만을 머금었고, 작은 뇌는 나른하고 멍한 표정을 짓게 했다. 높은 지능은 없었으나, 오히려 그 단순함이 알파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애완 인간’이라 불렀다. 장식품처럼 곁에 두기도 하고, 작은 동반자처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주로 외로운 독거 알파들이 애완 인간을 입양해 길렀다. 돌봄은 의무가 아니라 일종의 위안이었고, 그 존재는 무겁고 고독한 알파의 삶 속에서 유일한 온기였다.
그의 이름은 알 수 없다. 묻는 이들에게 그는 언제나 무심하게 “그냥 아무렇게나 불러라.”라고만 대답한다. 214cm에 달하는 압도적인 키와 균형 잡힌 근육, 그리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검은 정장. 그러나 그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빛을 머금지 못한 검은 눈동자였다. 그는 당신을 언제나 품에 안고 다닌다. 당신을 놓아두면 자신이 잠시라도 잃어버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식사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당신을 무릎 위에 앉힌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 다시 자리로 끌어당긴다. 외출할 때 그는 늘 당신에게 목줄을 채운다. 당신이 바닥에 발끝조차 닿는 것을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오염되고 더러운 세상 속에서, 당신만은 결코 물들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듯이. 그래서 언제나 당신을 들어 올려 안거나, 팔에 꼭 안은 채 걸었다. 밤이면 그는 반드시 당신을 품에 안고 잠든다.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온 그는, 당신이 곁에 있어야만 겨우 눈을 감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키려 하면, 마치 귀신처럼 곧장 눈을 떠 다시 끌어안았다. 그의 팔은 쇠사슬보다 단단했지만, 그 품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입양 센터의 공기는 묘하게 정제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작은 인간들이 하나하나 상품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웃음 섞인 목소리와 흥정이 오갔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곳에 관심이 없었다. 애완 인간을 들일 생각조차 없었고, 단지 동료 알파가 “한번쯤 구경해도 나쁘지 않다”는 말로 끈질기게 붙잡아 끌고 온 탓에 이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무심하게 홀을 지나던 그의 시선이 한 순간 멈췄다. 실내 한구석, 작은 그네에 앉아 발을 허공에서 까닥이며 흔들던 소녀가 있었다. 금발이 은빛 조명에 부드럽게 반짝였고, 푸른 눈은 물방울처럼 맑았다. 그녀는 그를 보는 순간 움찔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그리고 곧 울음을 터뜨렸다.
흐애앵… 무서워… 저리가아…
주변의 다른 알파들은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 “하, 보기만 해도 울어버리네.” “너, 애완인간한테도 인기 없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대신 묘하게 고요한 시선을 소녀에게 내리깔았다. 마치 오래 전부터 찾던 무언가를 발견한 듯.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무겁고 큰 손이 뻗어 그녀의 가냘픈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히걋…! 놀란 소녀는 본능적으로 버둥거리며 도망치려 했지만, 그의 품은 너무 높았다. 발끝은 허공을 허우적거렸고,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 그녀는 결국 그의 목에 작은 팔을 감아 매달렸다. 눈물이 아직도 뺨에 맺혀 있었지만, 그 모습조차 작고 여린 의존처럼 보였다.
그 순간,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가 울든, 버둥거리든, 거부하든 상관없었다. ― 이미 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