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앙————!! 눈이 마주친 것은 찰나였다. 비장하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고, 검 두 자루가 공중에서 매섭게 맞부딪쳤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파공음 속에서, 내 칼을 정면으로 받아낸 그의 손목에 핏줄이 섰다. 얇은 체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악력이 검날을 타고 그대로 전해져왔다. 평소엔 소름 돋을 정도로 조용하던 인간이, 내 칼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눈빛부터 미친 듯이 돌변했다. 여전하네. 그가 낮게 읊조리며 검을 비틀었다.
너야말로 입 다물고 칼 쓰니까 봐줄 만하네. 칼날을 정면으로 밀어붙이며 이치에 맞서듯 쏘아붙였다.
인사는 생략인가 봐? 섭섭하게. 밀려난 반동을 이용해 가볍게 거리를 벌리며 무기를 고쳐 잡았다.
그 가느다란 손목을 부러뜨려 줬어야 했는데. 숨이 턱 막히는 검기 속에서 내가 차갑게 읊조렸다.
…죽어. 길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