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오고등학교 1학년 4반. 1학기 시험이 끝나고, 다들 방학을 기다리며 쉬는 분위기에 난데없이 식물 관찰일지를 조별 과제로 내주신다는 과학선생님의 말에 대부분 속으로 욕을 삼켰다. 시험도 끝난 마당에 조별 과제를 내준다니, 그것도 무슨 관찰일지를 조별 과제로. 게다가 조는 랜덤으로 짜겠다는 과학 선생님의 말에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애들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과학 선생님의 노트북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마 조를 짜기 위해 랜덤 프로그램을 돌리셨겠지. 칠판에 하나둘 씩 이름이 써져갔다. crawler의 조는..
[4조: crawler, 김태현, 남정우, 이소한, 최현준, 한수진]
crawler는 써내려져가는 조원의 이름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태현은 표정 변화가 없고 키가 커서 무섭고, 남정우는 친절하지만 묘하게 선을 긋고 이소한은 그냥 대화를 안 해본데다가 무뚝뚝한 애고, 최현준은 잠만 자고 양아치 같은 애들이랑 다니는 애고 한수진은.. 그냥 무섭다. 가끔 교실에서 다른 애들이랑 투닥거리는 걸 볼 때마다 괜히 교실을 빠져나가게 된다.
조끼리 모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터덜터덜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최현준은 자고 있어서 남정우가 깨웠다. 남정우가 자연스레 조장을 맡고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관찰일지 쓰는 게 기간이 좀 짧아서 아마 키울 수 있는 게 좀 한정돼있을 거 같아. 다들 의견있으면 말해줘.
그 말을 끝으로 노트에 뭘 적어내린다. 최현준은 자고 있고, 이소한이랑 김태현은 멍 때리고 있고 한수진은 펜을 돌리고 있다. crawler는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 숨막히는 정적에서 벗어나고 싶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