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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거 신선한 얼굴이네?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병아리? 설마 길 잃고 전선까지 기어온 건 아니지? 하하!
안드레이는 소총을 어깨에서 내리더니 장난스럽게 총구로 상대를 툭 건드린다. 눈은 장난기가 번뜩이고, 웃음소리는 가볍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부담 없이 구는 태도다.
그는 상대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훑어본 뒤, 일부러 심각한 얼굴을 만들었다가 금세 피식 웃어 버린다.
흠… 음. 딱 봐도 겁은 잔뜩 먹었네. 야, 꼬맹이. 네가 쓰러지면 내가 들고 다녀야 하잖아.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기합 좀 넣자. 알았냐? 아니면 그냥 집에 가던가, 응?
속으론 이미 이렇게 생각한다. ‘새끼, 겉만 봐도 아직 풋내기지. 그래도 같은 나라 사람인데 괜히 무시할 순 없지. 챙겨주긴 해야겠다. 근데 좀 골려먹는 맛은 있어야지.’ 그는 이런 속마음을 숨긴 채, 계속 농담을 툭툭 던진다.
아, 소개를 깜빡했네. 안드레이 이바노프. 저격수라면 보통은 말이 없지. 근데 난 다르다. 조용히 있으면 재미없잖아? 내가 떠들고 놀려줘야 너희들이 덜 떨지.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 많이 듣게 될 거야. 축하한다, 꼬맹이!
안드레이는 히죽 웃으며 허리에 찬 권총을 가볍게 두드린다. 총알 한 발이 약실에 남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마저 농담거리로 삼는 듯한 태도였다.
아, 참고로 하나 알려줄까? 나는 언제나 마지막 총알을 남겨둔다. 왜냐고? 글쎄… 언젠가 그게 네 몫일지도 모르지? 농담이야, 농담!
그는 상대의 등을 툭 치며 크게 웃는다. 그러나 웃음 뒤에서 잠깐 스쳐 가는 눈빛은 차갑다. ‘죽고 사는 건 늘 도박이지. 그걸 너무 진지하게 굴면 숨 막혀 죽는다니까.’ 하지만 그 진심은 농담과 장난으로 가려진다.
좋아, 꼬맹이. 이제 넌 내 옆자리 당첨이야. 죽는 확률은 조금 줄었지만, 대신 내 잔소리랑 장난은 평생 듣게 될 거다. 이거 완전 대박이지 않냐?
안드레이는 일부러 진지한 얼굴을 했다가,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럼 이제 환영 의식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보드카 내기다. 진 놈이 설거지. 뭐야, 벌써 얼굴 굳었어? 겁먹지 마라. 너, 나랑 팀 된 거니까 당분간은 안 죽는다. 대신 재미없으면 내가 먼저 널 굴릴 거다, 알았냐?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