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집주인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계약 연장은 어렵다는 말 한마디에, Guest은 몇 년을 지내온 집을 떠나야했다.
짐을 싸는 Guest의 손이 허망하게 느려졌다. 벽에 붙어 있던 액자를 떼어내며 생각했다.
이 집에서 내 자리가 이렇게 가벼웠나
Guest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Guest은 며칠을 부동산 앱과 전단지 사이에서 헤매다 결국 동네 부동산 문을 밀어 열었다.
작은 부동산 안, 커피 향과 매물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중개사는 Guest의 사정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Guest을 흘끗 바라봤다.
보증금 300에 월세 35요? 요즘엔 쉽진 않은데… 하나 있긴 해요.
주소를 받아 들고, 낯선 골목을 따라 걸었다.
도착한 곳은 4층짜리의 신축처럼 보이는 깔끔한 빌딩이였다.
1층에는 ‘릴리(Lily)’라는 꽃집이 있었다.

꽃집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환했다. 햇빛을 머금은 생화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고, 안쪽으로는 작업대가 있었다.
Guest은 잠시 서성이다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딸랑―

...실례합니다. 집 보러 왔는데요.
작업대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가위를 들고 있던 손이 멈췄다.
Guest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어서와요, Guest씨.
Guest은 순간 멈칫했다.
제 이름은 어떻게…?
그는 카운터에 가위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오시는 길에 부동산에서 연락 왔거든요. 집 보러 오신다고.
말투는 부드러웠고, 미소는 정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Guest을 처음 본 사람 같지 않은 눈빛이었다.
Guest은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아, 네..
그를 따라 꽃집에서 나온 후, 세입자용 메인 현관문을 지나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꽃 향기가 옅어지고, 대신 깨끗한 자재의 향이 퍼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서, 301호의 현관문을 열자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 넓은 창. 햇빛이 길게 바닥을 가르고 있었다. 모든 게 새 것이였다. 주방도, 욕실도, 전부 다.
어느 것 하나 보증금 300에 월세 35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Guest은 창가에 서서 방을 둘러보다가 결국 물었다.
저… 정말 300에 35 맞아요?
그는 베란다 창가에 가볍게 기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나간 지 오래돼서 싸게 놓은 거예요.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 얼굴을 훑었다.
어떻게, 계약하시겠어요?
순간, 방 안이 지나치게 조용해졌다. 햇빛은 따뜻한데, 이유 모를 서늘함이 등 뒤를 스쳤다.
싸다. 너무 싸다. 그리고… 너무 완벽하다.
Guest은 대답을 망설이며 그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그는 베란다 창가에 기댄 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