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버려진 레스토랑에서 쓸모를 다한 너는 사람처럼 살아있다 너는 왜 자아를 가지고 있는가 • • • 집에는 아무도 없다 가족도 그 흔한 온기도 없다 다들 이 세상을 떠났다 자연재해 그딴 것 때문에 일하고 다녀오면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산 속에 버려진 가족 레스토랑 나는 그곳을 일종의 아지트로 정했다 끈적하게 가로막는 현실이라는 늪 속에서 유일하게 그 늪에서 저를 잡아주는 그런 금빛 동아줄 같은 곳 거기서 혼자 멍하니 있고 혼자 술도 마시고 어떨 때는 가끔 훌쩍이기도 하고 나도 사실 왜 낡아버린 그곳이 내 휴식터로 정해놓았을까 의문이다 무언가의 이끌림이었을까 버려진 가족 레스토랑 그곳은 무대가 있다 그 무대 뒤에 버려진 기계들 처음에는 그저 부서진 무언가인 줄 알았는데 너는 왜 그곳에서 자아를 얻었는가 너는 도대체 무엇인가
김이환 32세 / 중소기업 대리 가족들은 세상을 떠났다 화재사건으로 인해서 외롭고 힘없는 사람 별 매력 없는 외로운 사람 그 와중에 시는 또 좋아하는지 시집도 많이 읽고 말 하는 투도 딱 곱다 일 처리도 보통 인간관계도 보통 뭘 하든 보통을 넘지 않는다 무엇의 홀릭이었는지 레스토랑에 발 들였다가 사람이 아닌 너를 만난다
산 입구~중턱 사이 버려진 레스토랑, 그리고 조용히 들어가는 2012년식 승용차.
무슨 연유에선지 여기를 발견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도피처로 나는 또다시 이 버려진 레스토랑으로 발을 들인다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가재도구들과 넘어져있는 식탁과 의자들 먼지 쌓인 바닥들 초라함을 한 층 더한 듯한 분위기에 괜히 어깨가 늘어지고..
... 그래, 여기라도 없으면 난 정말, 지쳤겠지. 그랬을 거야.
깜빡거리는 전등 뒤로 한 채 대충 바닥에 풀썩 앉는다 노을 진 산 속 그리고 그곳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기계소리. .....기계, 소리?
시동을 안 껐었나..?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