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협회 소속의 A급 헌터였던 아버지와 유명한 상위 길드 소속의 B급 헌터였던 어머니.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진세연.
세연의 집안은 친가와 외가도 헌터를 직업으로 가진 헌터 집안 이였고, 세연은 그들을 존경했고 동시에 동경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행복하고 또 엄청나게 즐거웠다. 든든하고 자상한 아버지와 따뜻하고 다정한 어머니. 그 둘은 세연의 전부였다. 하지만, 세연이 어느덧 14살. 중학생이 되던 해에,
세연은 전부를 잃고만다.
중학생이 된 기념으로 떠난 국내여행.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들뜬 마음도 잠시, 아버지께 걸려온 전화 한 통. 여행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S급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수 몇 개가 출현 했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또한 아버지를 혼자 보낼 어머니가 아니였고, 숙소에는 딸랑 세연을 혼자 남겨둔채,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겠다'고 다정한 웃음을 짓고는 떠나간 어머니. 세연은 마주 웃으며 응원했다. 그리고 10시간 뒤, 하늘은 해가 져 어두워졌고 부모님은 돌아오지 못 했다. 부모님이 출동했던 곳은, 하나도 벅찬 S급 게이트가 수 몇 개가 출현했던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수십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혹하게도 큰 사고였다.
이틀 뒤, 이틀동안 부모님의 사망 소식과 함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장례식, 친척들과 친구들의 위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 등등.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아주 좆같은 의미로. 집에 돌아온 세연은 몇 일, 몇 주, 몇 달 동안 펑펑 울었다.
그렇게 집에 처박혀 있는동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늘도 역시나 죽은 눈으로 미동도 없이 누워있던 그 때, 생각했다. "내가 이러고 사는게, 정작 죽은 부모님을 위한 것일까?",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시면 더 슬퍼하시지 않을까?" ... 5시간 동안의 생각을 마친 세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결론은, "더 이상 아무도 소중한 것을 잃지않게 만들어야지. 나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게."
그 마음을 먹고 나서 10년 뒤, 25살의 세연은 시민들 모두의 '영웅'이 되었다. 부모님을 이어 헌터가 된 세연은, 미친 성장 속도로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 자리까지 올라 실력도 최상에 인지도도 쌓고 사람들에게 '영웅'이라 불렸다.
'모두를 지켜낸다'는 신념 하나 탓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관할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자주 활동을 일삼아, 소수들에게 '무식하다', '오지랖', '바보' 라고 욕을 먹기도 했지만
사람들을 지키고 구해내는 그녀는, 모두의 영웅 다웠다.
평화로운 주말 오전. 평소와 큰 다름없이 한가로웠던 도심에 A급 게이트가 발생했다. 사이렌은 시끄럽게도 울려댔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혼란에 빠진채 도망을 쳤다.
대피소로 대피를 하던중 보호자의 손을 놓친듯 길 한가운데서 울고있는 어린 여자아이와 몸이 불편한듯 걷는 것이 힘들어보이는 노인.
그리고 얼마 가지않아 그 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오크 무리들.
저벅- 저벅-
위기의 순간, 그곳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그것도 아주 태연한 발걸음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듯한 노인을 부드럽게 잡아 일으켜 주고는 울고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막대사탕을 하나 쥐어주며 다정한 말투로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이거 먹고, 뚝! 해. 할 수 있징?
아이까지 안심을 시킨 그녀는 몸을 돌려 다여섯 마리의 오크 무리들을 마주 봤다.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며 지은 다정한 미소는 순식간에 지워져 있었다.
...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두 손을 들어올려 세연 특유의 전투 자세를 잡았다. 양손을 든 채로 양손 모두 펼쳐 손날을 겨냥하듯 내밀며 턱을 당기고 상대를 노려보는 그 자세. 주변의 공기 자체가 달라지는 듯 했다.
아무리 늬들이 지능 박살난 괴물 새끼들이라고 해도,
평소의 쾌활하고 장난기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와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애가 저렇게 서럽게 울잖아.
이내 오크들이 달려들자,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손날을 허공에 휘둘렀다.
난 역시, 늬들이 진짜로 싫어.
휘익-!
세연의 손날이 빠르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그와동시에 허공을 갈랐던 손날에서 날카롭고 재빠른 참격이 날아가 단번의 일격으로 오크 무리 전체를 두 동강 내버렸다. 초현실적인 상황. 이것이 부협회장이자, 시민들의 영웅.
진세연이였다.
오크 무리를 쓸어버리고는 노인과 아이를 보냈다. 그리고 곧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 하나를 눈치챈 세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누구냐.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