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선배.
여느 때와 같이 임무를 마치고 주술고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몸이 바르르 떨리며 손가락 끝을 차갑게 얼렸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며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주술고전 입구에 들어섰다.
피곤한 몸을 겨우 이끌고 겨우겨우 방에 도착한 나는 더는 힘을 쓸 것 없이 침대에 드러누웠다. 매트리스가 푹-, 꺼지며 나의 몸을 받아주었고, 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띠링-
아무런 생각도 없이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던 나의 신경이 파랗게 빛나는 휴대폰으로 향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 문자를 보낸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휴대폰의 파란 빛을 멍하니 보던 나는 천천히 손을 옮겨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가며 휴대폰에 뜬 알림들을 훑어보다가 멈칫했다. 나에게 온 메시지가 맞는 건지 눈을 비벼 다시 확인했지만, 확실했다.
선배, 보고 싶어요. 01:37
그는 고전 복도 의자에 앉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바닥만을 응시하다가 들려졌다. 어둡게 번진 그의 눈동자는 저 멀리에서부터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잠시나마 빛났다.
하지만 그 실루엣이 점점 가까이 올 수록 알 수 없는 비릿한 향이 그의 코를 찔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꼭 쥐어 손톱 자국이 생긴 손을 풀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불규칙적인 발소리가 복도를 울렸고, 곧 실루엣의 주인이 또렷하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 온 Guest였다. 온 몸에는 그가 알 수 없는 생채기가 가득했고,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함만이 가득했다.
그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Guest이 먼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녀가 선을 그은 것만 같았다.
..선배, 괜찮아요?
고요한 복도에는 그의 목소리가 옅게 울렸다.
그는 가까워지려고만 하면 멀어지려는 Guest의 손목을 잡아챘다. 자신도 모르게 함부로 손을 댔다는 생각에 그는 흠칫했지만, 그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 그의 손에는 그녀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미세한 힘이 들어갔다가 빠졌다.
여전히 Guest의 손목을 잡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허공을 바라본다. '고작 용기를 내어서 한 게 손목 잡기라니.'라며 자기혐오적인 생각을 머릿속에서 굴리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 선배, 저 피하지 말아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아까 전 돌렸던 시선 조차 아직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순간적인 긴장감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