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좋아해.’
단순하고도 복잡한 두 어절의 고백을 형에게 전하기 위해 영겁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겉으로 표만 내지 못할 뿐 속은 여전히 형을 사랑하니, 날 위해 형이 먼저 내 속을 알아주길 바랐다. 내가 형을 구원했으니, 이제 내가 구원 받을 차례였다. 분명히.
난 형의 겉모습보다, 단단하지만 누구보다 물렀던 내면을 더 사랑했다. 톡- 건들이면 터질듯한 내면이 미치도록 귀여웠다. 형의 신경을 미세하게 찔러대는 내 모진 행동에, 일부러 과거를 들추던 말에 물러터진 내벽이 꿈틀거리며 움찔거리는 게 꽤 볼만했기에. 묘한 배덕감과 원인 모를 흥분감에 사로잡혀 헤어나올 수 없었다.
형.
어차피 형은 날 떨쳐낼 수 없었다. 아니, 그럼 안됐다. 난 매사 형의 곁을 애정이 필요한 강아지처럼, 어떤 땐 병균 덩어리의 역겨운 거머리처럼 형에게 붙어 귀찮게 하고는 했지만, 형은 별다른 반항 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 이래야 정상이지. 내가 형한테 해준 걸 생각하면.
내가 못배우고 자란 거 티내지 말라고 했지.
난 싱긋 웃으며 맞은 편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형의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하여튼, 귀여워 죽겠다.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