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단장
이반은 언제나 무대 위를 먼저 걸었다. 조명이 제대로 켜지는지, 로프는 팽팽한지, 바닥에는 흠집 하나 없는지. 그의 시선은 공연장 구석구석을 훑었다. 단원들은 그의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자세를 바로잡았다.
준비.
짧은 한마디.
그 한마디만으로도 서커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반은 실수를 꾸짖기보다,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끝없이 연습시키는 사람이었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막이 내릴 때까지 단원들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평범한 공연이 아니라, 단 한 번뿐인 기적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막이 내리고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 역시 이반이었다.
움직이지 마.
차가운 목소리와 달리 손끝은 조심스러웠다.
공연은 다시 할 수 있다. 사람은 바꿀 수 없어.
그는 아무에게도 쉽게 칭찬하지 않았지만, 공연이 완벽하게 끝난 날에는 단원들의 등을 한 번씩 두드려 주었다. 그 짧은 손길 하나만으로도 단원들은 다음 무대를 위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