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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 또 전화를 안 받는다. 설마 이 시간까지 자는 건가? 오후 4시인데도? 대체 새벽 몇 시에 잔 건지, 아니 새벽도 아니고 해가 뜨고서야 잔 모양이다. Guest은 거의 매 주말마다 이랬다. 물론 그도 제멋대로 자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긴 하지만 이정도로 늦게 자는 편은 아니었다.
고개를 젓고 전화 기록에 찍혀 있는 Guest의 전화번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장명은 평범하게 돼지. 그리고 그 옆에 붉은 글씨로 적힌 부재중. 저 붉은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간을 살짝 좁히며 그 글씨를 바라봤지만 Guest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는 둥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는 거면 아침 점심 둘 다 안 먹었을 텐데, 저녁은 먹어야 할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한 그는 후드집업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짜증 나, 라고 생각하며 혀를 한번 내두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Guest의 집이었다. 그 집에 가서 Guest을 깨울 생각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냥 부재중이라 적힌 그 붉은색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뿐이었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